송희원 나누리기자 (곡반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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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조용한 공연장. 무대 위 조명을 밝히고, 공연장을 빛과 노래로 가득 채우는 사람이 있다. 크고 높게 때론 작고 낮게. 무대 위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공연장을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성악가라는 직업은 복잡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쉼표를 찍어주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아름다운 직업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소프라노 조수미’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성악가 ‘조수미’를 직접 인터뷰했다.
12월 28일, 전 날 내린 눈으로 아름다움을 더한 의정부 예술의전당에 6명의 푸른누리 기자단이 모였다. 공연 바로 전에 인터뷰가 잡혔다. 성악가들은 공연 전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을 많이 하면 목에 이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책임감이 들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드디어 인터뷰 장소에 들어간 푸른누리 기자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가지런히 빗은 우아한 모습은 한 마리 검은 비둘기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TV 속 조수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카리스마가 내 눈 앞에 진짜 ‘소프라노 조수미’가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멋지고 카리스마 있게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소프라노 조수미는 푸른누리 기자들을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며, 코트를 입은 우리를 보고는 "아이들이 코트를 입고 있는데 덥겠다. 히터좀 꺼주세요." 했다. 그 때, 조수미 선생님은 어깨가 다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계셨는데, 아이들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에 기자단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말씀하는 것도 노래를 부르는 듯 높은 음에 리듬감이 있었고, 손도 가지런히 모으거나 하늘을 향해 높이 뻗었다. 인터뷰가 아니라 오페라를 듣는 듯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조수미 선생님께서는 어렸을 때 어떤 꿈이 있으셨나요? 또 성악가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수미 소프라노는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며 "사실 저는 노래가 아닌 수의사나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동물과 아이들을 사랑했거든요."
그렇다면 어째서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경제적으로 좋지 않아 음악공부를 할 수 없었고, 그 꿈을 딸인 소프라노 조수미에게 심어 주셨다고 한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그래서 전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답니다. 제가 노래를 하게 된 것은 운명적인 일인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카리스마와 미소’의 소프라노 조수미에게도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재능만 믿고 연습을 소홀히 한 적은 없었냐’는 질문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그 질문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더니 약간 찔린다고 했다.
"재능이 많으면 자신감이 높아지고, 그러면 누구든지 할 일에 소홀해지기 마련이에요. 저도 남들이 10시간 노력해야 할 때 더 빠르고 쉽게 곡을 익힐 수 있으니 연습에 소홀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유럽에 유학을 가서 전 세계 사람들과 겨루어보니 연습 없이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라며 "재능은 하나님께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전시켜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오페라가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느냐는 소재룡(전주용소초6)기자의 질문에 조수미는 얼굴이 진지해지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페라는 성인도 다가가기 힘든 곡이에요. 접하기 어려운데다 곡이 외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페라에 담긴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성악가들도 연기하듯 노래하기 때문에 오페라와 뮤지컬은 거의 비슷하죠. 처음 오페라를 접할 때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멜로디도 즐거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같은 곡을 즐겨보세요."라며 특히 모차르트는 4살 때부터 곡을 썼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그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은 길들여지는 동물이기 때문에 천천히 오페라와 친해지면 되고, 어렵다는 이유로 오페라를 멀리 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도 했다.
"주로 외국에서 활동을 하시잖아요? 그럴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라고 묻자 소프라노 조수미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예술가"라고 하셨다. 자신은 한국인으로서 세계에 한국의 아름다운 색을 알리고, 그것이 빛이 나길 바란다고 하셨다. 또 "그 색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인이기에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조수미는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정상에는 오를 수 없어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 반복되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 어려움을 즐겁고 행복하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제가 가는 이 성악가의 길은 미지의 길이라 힘들고 어렵지만,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빠르고 편한 길로 인도해 세계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목표이며 다짐입니다."하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은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함께 숨쉬고 있는 동물들이 있어요. 그러한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 복잡한 세상에서 여유를 갖고 옆과 뒤를 살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넓은 아량을 가진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인터뷰는 끝이 났다.
인터뷰가 끝나고, 소프라노 조수미는 기자 한사람 한사람을 모두 안아주셨다. 처음 보았을 땐 3D TV에서 나온 듯 신비스러운 느낌과 함께 약간은 차가운 느낌도 들었는데 그 품에 안겨보니 따스한 온기가 온 몸에 전해졌으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실된 성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수미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함께 외치며 기념 촬영을 한 뒤 인터뷰 장소에서 나왔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긴장된 마음을 안고 로비로 나왔을 때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그 명성을 짐작할 만 했다.
호랑이는 포효할 때 초저주파를 내어 사냥감을 긴장에 떨게 만든다고 한다. 조수미 소프라노는 그녀가 가진 ‘노래’라는 포효로, 그녀의 노래를 듣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사로잡아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따뜻한 색깔을 보여주길 바란다.
송희원 나누리기자 (곡반초등학교 / 6학년)